스마트안전교육원

  • 스마트안전교육원
  • SH 칼럼과 생각

SH 칼럼과 생각

(칼럼) "ETTO 기법 관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명암(明暗)"
  • 차상은
  • 2025-11-07 13:47:09
  • View.60

 

 “ETTO 기법 관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명암(明暗) 


             차상은, 엔지니어, 인체공학자(PhD, PE), 휴먼에러/안전 칼럼니스트, TBC 스마트안전교육원 전문위원(객원교수), 컨설턴트(인체공학, 산업보건, HPI, LEV)

 

'Etto(엣또)'는 주로 이탈리아어에서 '작은', '약간' 또는 애정 표현의 접미사로 사용되며,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100그램 단위를 나타내는 단위이기도 하다. ETTO 기법은 '효율성(Efficiency)과 철저성(Thoroughness)의 절충(Trade-Off)'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조직이 일상 업무 수행에서 효율성과 철저성(완벽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객관적이고 정교한 전략이다. 즉,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규정대로만 처리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대처와 완전한, 규정을 준수하는 대처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기법이다.

 

한국의 안전보건공단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고분석에 관한 지침(KOSHA GUIDE Z-29-2022’) 에서도 사고에 대한 분석 방법 정의에서 FRAM 분석법(기능 변동성 파급 분석법, Functional Resonance Analysis Method)과 ETTO 원칙(Efficiency-Thoroughness Tradeoff Principle) 등을 기술하고 있고, FRAM은 기능 공명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의 모델링 기법이다. ETTO 원칙은 사람은 작업을 할 때 이용 가능한 자원(시간, 정보, 기기 등)을 고려해서 효율성과 완전성 사이에서 상충 점을 찾아 적절하게 현재 작업 상황에 적응해가면서 작업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서 최근 발생한 경북 청도의 철로 변 보수작업에 투입된 작업자들이 무궁화호 열차의 열차풍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를 들여다보자.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중심으로 추정해보면, 이번 열차 사고 사상자 7명 중 1명은 코레일 소속, 나머지 6명(사망 2명·부상 4명)은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 이들 중 하청업체 직원들은 코레일의 요청으로 당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점검 작업을 위해 급조된 팀으로 현장 투입 첫날 사고를 당했다. 업체 소속 6명 중 4명이 20~30대이며, 이들은 일반 직원 2명과 열차 접근 감시 등 업무를 담당한 아르바이트생 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코레일의 추가 점검 요청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터널·교량 점검 업무를 하다 합류했다. 또 코레일 입사 3년 차인 A 씨(29)가 대구본부 시설처로 파견된 지 한 달여 만에 이번 사고를 당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경험이 없는 관리자가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작업자에게 일을 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로 변 보수를 위한 작업절차서에 국내 대기업 규모 크기의 공공기관 코레일의 안전 관련 기본이 무시된 과정을 다시보는 것 같다. 작업반장의 역량 부족, 투입된 작업자의 경험 미숙, 대체 근로자 투입 등 작업관리와 안전관리가 모두 무지의 상황처럼 무시되고, 미숙련자의 행동의 결과는 엄청난 재앙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작업수행 관련 시스템과 그 시스템 기능들 간의 상호작용이 복잡해지면서 모든 작업 상황과 주변의 환경변화를 모두 예측해서 최적화된 작업 절차 또는 작업방법(WAI, work-as imagined)을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사고가 왜 발생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많이 성공했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성공적인 작업결과를 낳았던 일상적인 작업수행(WAD, work-as-done)을 다시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뒤 3년이 지났지만,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산재 사망자는 2020년 2천62명, 2021년 2천80명, 2022년 2천223명, 2023년 2천16명, 2024년 2천98명으로 매년 2천명 선을 넘어서고 있다. 재해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재해자 수는 2020년 10만8천379명, 2021년 12만2천713명,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천796명, 2024년 14만2천77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고 관련 노동부와 검찰에서 처리된 과정을 보면 6개월을 초과해 지연 비율이 각각 50%을 넘어서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범죄 구성 요건 특성상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재라는 걸 입증해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과 사업주의 고의·과실, 예견가능성 등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법원 재판의 결과를 보더라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49건 중 실형과 벌금형이 총 7건이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가 85.7%(42건)였다. 시작과 그 과정의 결과를 놓고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재 예방 효율성과 효과성은 역시 매우 미흡하다. 시작은 광대하였지만 실행과 일터의 재해예방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ETTO principle은 기존의 생각과는 다르게 실패와 성공의 근원은 동일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및 조직은 효율성(efficiency)과 완전성(thoroughness)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적응적 전략을 보이는데 이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경우에는 성공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실패가 된다는 것이다. 효율성은 직무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원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완전성은 직무목적의 성공적 달성을 위한 모든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Hollnagel 박사(2009)는 효율성과 완전성이 동시에 극대화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절충점을 찾아 직무를 수행하는 전략적 행위를 보이는데 두 가지 경우에 실패하게 된다. 완전성이 너무 강조되어 직무수행이 너무 늦어지는 경우와 효율성이 너무 강조되어 직무 수행이 부적절한 결과를 낳는 경우다.  ETTO principle을 기반으로 시스템 안전사고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유용한 모형내지는 방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 노력의 하나가 뒤이어 FRAM이다. FRAM은 인적오류 및 사고가 발생하는 창발적 과정을 시스템 기능들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을 모형화 하여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FRAM은 인적오류 및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회복성공학 및 ETTO principle과 동일한 전제를 하고 있다. 즉 수행도의 변동성은 필연적이며 성공과 실패는 동일 프로세스 및 전략적 행위로 부터 나온다는 개념이 FRAM의 기본 철학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은 85.7%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 36.5% 보다 2.3배 더 높은 결과이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1천만원 내외이며, 20억원의 벌금이 선고된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벌금은 평균 7천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과된 벌금액이 법상 기준에 10% 이하로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동기가 된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경우 유죄 판결 사건의 평균 벌금액은 한화 기준으로 약 7억7천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과 CSO 임용 등 사업주와 경영진들의 안전보건 인식 변화 등은 개선됐으나, 중대재해의 배후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생산현장 대상 위험성평가 및 공정 개선’, ‘근로자 안전의식의 행태 변화’, ‘노동 강도’ 등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도 생산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고 여론인 것 같다.

 

노동 현장 전반에서 초저출산에 따른 내국인 노동 공급 감소,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 숙련 인력의 부족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처벌 위주 법의 한계성과 인력 및 안전투자의 상반된 모순의 결과를 보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효율성과 완전성에도 과정의 성공과 실패는 동일 프로세스 및 전략적 행위로부터 나올 수도 있다.

 

 

       

                     <상기 칼럼 원고는 월간잡지 '안전 세계'에 투고 및 게재된 칼럼 원고입니다>

김미영
2025.11.27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