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에러에 감추어진 변수, ‘시간압박’도 관여한다.”
차상은, 엔지니어, 인체공학자(PhD, PE), 휴먼에러/안전 칼럼니스트, TBC 스마트안전교육원 전문위원(객원교수), 컨설턴트(인체공학, 산업보건)
시간압박(time pressure)은 어떠한 일을 생각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그리고 추진하기까지 또는 그 이후 과정에서도 늘 도사리고 있는 과업의 보이지 않은 손이랄까 아니면 보이지 않은 압력의 수단으로 관여하고 있고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일터에서 프로젝트 관리는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특히 시간이라는 요소는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며 시간압박은 때로는 ‘인지적 과부하’, ‘창의성 저하’, ‘실수 증가’,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올해 봄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의 KF-16에서 공대지 폭탄 MK-82, 8발이 비정상적으로 투하돼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 됐다. 비정상 투하된 폭탄은 민가 지역에 떨어져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조종사 오폭(誤爆)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로 들어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과정을 4단계로 세분화해 보면, 먼저 ‘비행 준비 단계’에서는1번기 전투기 조종사가 표적 포함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위도 좌표 ‘05’을 ‘00’로 잘못 입력하였고, 프린터 작동오류로 총 14개 좌표 입력 후 프린트해서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였다고 한다. 이어서 ‘이륙 전 점검단계’에서도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에 저장했으나 2번기의 DTC의 장비 오류로 인하여 데이터 저장 오류가 되었고, 2번기 조종사는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표적 좌표입력(2번기에만 올바른 좌표 입력)이 되었다. ‘이륙 전 최종 점검단계’에서는 1,2번기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으나 1번기 조종사는 좌표 오류 미인식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 단계인 ‘이륙 후 비행단계’에서는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임무를 강행했고, 정해진 탄착시각을 맞추기 위해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최종 공격통제관에게 표적확인 통보 후 폭탄을 투하하였다. 2번기 조종사도 정확한 표적좌표를 입력하였으나 밀집대형 유지에 집중하여 표적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초기 폭탄 투하 표적에서 8km 떨어진 곳에 폭탄을 투하하였다. 그리고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하늘에서 날벼락 같은 전투기 장착 폭탄이 떨어졌다.
업무 수행(human performance) 관련 실행 또는 점검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범할 수 있는 에러는 3가지가 있다. 업무수행 과정의 ‘불완전’, ‘부적절’ 그리고 ‘불이행(생략)’ 등이다. 에러의 근본원인인 범주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의도성이 낮은 경우(unintentional acts)로 실수(slip)와 망각(lapse) 등이 있고, 의도성 행동(intentional acts)의 경우는 오판(과오, mistake)과 위반(불법, violation) 등으로 구분한다.
인간의 행동과 업무수행 관련 역량관리 강화 사이클 모형(human performance improvement cycle)에 비교하여 전투기 조종사 오폭 사고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추론으로 들여다보면,
업무 준비단계(work preparation)에서 주로 사용하는 HP tools은 ‘TWIN 분석기법’, ‘3QT(question technique), ‘JHA(job hazard analysis)’ 등이 있고,
TWIN 분석기법의 4대 변수 중 하나인 업무 요구도의 첫 번째 순위 항목이 ‘시간압박’이다. 이어 업무 과부하, 다기능 작업, 반복작업 등이 관여한다.
다음 단계는 공정 또는 단위공정 작업 전 점검단계(pre-job)로 ‘작업개요 설명(pre-job brief)’, ‘작업 경험’, ‘3QT’, ‘TWIN분석기법’ 등을 활용한다.
세 번째 단계는 현장작업(field work) 단계로 많이 활용하는 기법은 ‘STAR”, ‘3QT’, ‘동료 점검(peer check)’, 3WC(3 way communication) 등을 활용한다. STAR(stop, think, act, review) 기법의 활용 측면에서 일터의 통상적인 에러조짐과 징후는 TWIN 기법에서 ‘업무요구도’ 측면, ‘일터환경’ 측면에서는 업무산만, 업무변경, 모호환경 등의 변수들이 관여하며, ‘개인의 수행능력’ 측면에서는 업무생소, 지식부족, 신기술 적용 등의 변수가 관계하며, ‘인간의 본성’ 측면에서는 스트레스, 행동습관, 설마 등의 변수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의 오폭 투하 사고의 경우 우선적으로 보여지는 영향변수는 시간압박 요소가 잠재적으로 관여하며 필자는 조종사들의 근무환경과 상황을 잘 모르기에 폭탄 투하 훈련 전개과정을 참고하면 시간압박, 업무산만, 업무변경, 스트레스, 기타 여러 변수가 관여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에러 행동과 동작을 최소화하고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STAR 기법의 첫 번째는 행동으로 실행할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먼저 잠시 멈추고 업무 지시사항 또는 수행 과제를 다시 한번 재고하고 검토하고 순서와 과정의 불완전, 부적절, 불이행 변수가 없는지 확인과 재점검 과정을 거쳐서 업무를 수행하고 그리고 수행 후에도 결과에 대한 재점검, 모니터링 검토가 필요한 기법으로 필자는 강력 추천하는 사고예방 관리기법이다.
네 번째 단계가 사후관리(post-job) 측면에서 ‘작업 과정 품질’, ‘바른 행동’, ‘장비/라벨 변경’, ‘작업절차 개선’ 등의 방법을 통하여 업무수행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업무수행 관련 역량강화의 수단으로 훈련, 숙련, 지식과 습득, 이해도 및 인지능력, 행동, 태도, 긍정자세, 신체적 및 정신적 수행능력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이를 잘 수용하고 추진하기 위한 표준작업의 가이드라인이 또한 필요한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연계는 근로자의 수용가능성으로 행동변화를 가져오며 더 좋은 작업자세에 더 좋은 품질의 공정과 제품이 만들어 질 것이다. 여기에 잠재된 생산공기 같은 시간압박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고 조절하고 설득하고 이해시켜 원활한 공정으로 생산과정으로 사고 없이 이끌어가느냐 하는 문제에 시간압박과 업무산만의 과제도 풀어야 할 소소한 과제이며, 작업자에게는 누적 스트레스로 남겨질 수도 있다. 지멘스사는 휴먼에러 함정의 변수 주요 인자로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시간압박’이다. 다음으로 ‘주의산만’, ‘업무 생소함’, ‘스트레스’, ‘업무과부하’, ‘고정업무 변경’, ‘공정의 지식, 이해 및 정보부족’, ‘습관 행태’, ‘복합 업무 수행’ 등의 순으로 지적하고 있다.
시간압박으로 일정을 맞추고 결과물을 내놓은 듯 보여도 품질 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다. 이러한 품질 문제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아서, 출고 이후 즉시 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를 야기시킨다. 품질의 측면이 전체 과정이지만 안전은 어디에서든 어느 순간이든 시간압박 앞에서 만들어지고 터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투기 조종사의 오폭 투하 사고는 두 사람의 소통 잘못인가? 그 이면에 뭔가 시간압박의 잠재적 변수가 있지 않을까.
STAR 기법 적용에서 피해야 할 위험한 관행으로 몇 가지를 지적하면,
첫째가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채 따르는 행위이다. 둘째 안내 문서를 참조하지 않고 자체 점검 실행, 셋째 여러 가지 수동 작업을 빠르게 연속해서 수행, 넷째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작업을 수행, 다섯째 불확실성이나 불일치가 존재할 때에도 동작 또는 조치를 수행하는 행위, 여섯째 동작을 수행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하기, 일곱째 중요한 단계를 수행하는 동안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낀다, 여덟째 결과가 올바른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전투기의 조종사의 업무수행 과정 중 결과가 올바른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결과로 휴먼에러는 만들어졌고 불완전, 부적절, 불이행 과정의 엄청난 결과를 만든 사고가 우리 공군에서 일어났고, 이러한 과정은 산업현장 어디에서도 또 일어 날 수 있고 만들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 이 원고는 월간 '안전 세계'에 이미 투고 및 게재된 칼럼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