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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마가 모든 안전불감증과 사고의 시작이다.”
  • 차상은
  • 2025-07-02 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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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가 모든 안전불감증과 사고의 시작이다.”


                                              차상은,   엔지니어, 인체공학자(PhD,PE), 휴먼에러/안전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TBC 스마트안전교육원 전문위원(객원교수)

 

To err is human(실수는 인간의 것).

이 속담은 원래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을 줄인 것인데, 

영국 시인 Alexander Pope(1688~1744)가 쓴 An Essay on Criticism, Part II(1711)에 나온다. 

"실수하는 것은 인간의 일; 용서하는 것은 신의 일". 이걸 풀어 말하면 이렇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니

신이 용서하듯 자비를 베풀어 인간을 용서하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한다. 

 

`설마`라는 뜻은 국어사전에 부사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쓴다`라고 풀이돼 있다.

`설마설마하다`는 동사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계속 부정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또한 `설마주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함에 있어 만전을 기하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소홀한 행동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예견하지 못 하고,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려는 태도 혹은 그런 태도를 조장하는 사고방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일종의 사건 또는 사고 발생 전 징후(precursor)로서 에러 같은 상황(error-likely situation)으로 표현하며,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 주변에 자주 일어나고 사건의 중요성과 파급효과에 따라서 단순하게 안전불감증, 근접오류(near miss) 등에서,

사고, 산업재해, 그리고 때로는 큰 재앙으로 확대되고 사람들과 지역주민, 공공기관, 기업, 단체 등에 많은 고통과 후유증을 만들고 남기며 언론에 등장한다.

 

우리는 꽤나 자주 자동차 운전습관에서 설마의 생각과 행동 버릇이 나타난다. 교차로 진입 전 정지선과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다 하더라도 황색의 신호를 보고서도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그냥 지나간다. 회전교차로는 반시계방향, 서행, 회전중인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는 사실을 과거 운전면허증 시험에서 봤지만 어쩌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다 보면 위험한 통행을 감행하는 운전자를 목격하고 아찔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교차로 황색신호, 멈출까 말까! 우리는 흔히 딜레마 존이라고 표현한다. 앞에서 언급한 데로 황색신호를 보고서도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한 것이다. 위반(violation)은 곧 불법(non-compliance)이다.

지난 2020년 4월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컨테이너선과 육상 크레인의 충돌사고는 부족한 `선박평형수`와 `과속`이 원인인 것으로 사고 후 한 달 만에 보도됐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발표에 따르면, 화물이 실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박평형수를 채워 운항해 조정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배는 중국 조선소에서 수리·검사를 마친 뒤 선박평형수를 10%만 채워 프로펠러의 3분의 1이 물 위로 드러난 상태로 접안을 시도했고, 조종 성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6노트보다 빠른 8노트의 과속으로 접안을 시도하면서 우선회하는 과정에서 배가 부두 쪽으로 밀렸고, 이어서 2부두 8번 선석의 육상크레인과 충돌했던 것이다. 이 사고로 피해금액은 300억 원대로 언론은 추정·보도했다. 언론에 보도된 당시의 컨테이너선 밀라노브릿지 항적을 보면 과거 항차와 사고 항차의 비교에서 과거 6노트로 접근하면서 속도를 서서히 낮추며 1노트 정도에서 부두에 접안을 시도했지만, 사고 당시 항차에서는 9노트에서 접근하면서 부두에 인접할 당시 5노트의 속도가 표기돼 있다. 이것은 분명 과속이며, 부족한 선박평형수에 노출된 프로펠러, 운항의 조정성능 미흡과 과속은 설마가 곧 사고로 이어졌고, 부산신항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것이 설마주의가 사고를 부른 것이고, 소위 설마를 때로는 카우보이 근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카우보이(Cowboy) 근성 중에 습관적으로 나쁜 버릇(making your job more fun)의 하나인 업무산만, 또는 주의산만이 원인이든가 아니면 주어진 업무의 부담능력 대비 수행능력 부족 등의 결함적 요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 압박의 요소가 관계됐는지 한번 따져볼 일이다. 휴먼에러의 가장 기초적 원인 관여 중에는 `시간압박(time pressure)`의 부하요소가 많이 잠재돼 있고, 여기에 주의산만의 요소가 더해지면 설마는 실행으로 옮겨지고 그리고 재앙은 찾아 들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는 심적부담 회피 기능이 가장먼저 관여하며, 다음으로 수행업무 관련 기억범위에는 한계가 분명 있고, 세 번째가 설마(Pollyanna), 소위 무적효과(invincibility effect), 네 번째가 주의나 목표 집중의 한계성, 다섯 째는 자신의 실수 찾기가 어렵고, 여섯 째는 인간의 균형감과 상황인식의 한계도 있고, 끝으로 편견과 편향적 사고가 관여한다고 한다.

2009년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발간한 “Human Performance Improvement Handbook”에서 인간행동의 근본원리 중에서 첫 번째가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비록 최고 전문가라도 실수를 한다.’ 두 번째는 ‘에러 같은 상황연출은 예고가 되며, 관리도 가능하고 예방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시내 주요도로의 바닥에 주행유도선이 표시돼 있고, 이를 계기로 고속도로 진입로 사고율이 설치 전후 27% 낮아졌고, 서울시 교차로 20개소의 사고율이 50% 감소했다고 한다.  2017년 11월 2일 오후 1시 23분쯤 경남 창원시의 창원 터널 앞에서 윤활유 통을 싣고 달리던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폭발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에 실려 있던 윤활유 통이 반대편 차로로 떨어지면서 반대편으로 달리던 차량에도 잇따라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다. 화물차 운전자 등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물차의 정비소홀과 적재된 짐의 고박상태가 불량하여 충돌 후 대형사고 이어진 사고였다.

자동차 관리 및 정비소홀의 또 다른 사고는 2022년 12월 29일 사망 5명 등 모두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화재는 달리던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의 화물칸 우측 전면 하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평소 차량의 관리 및 정비소홀이 발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도됐다. 2020년 8월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해안에서 좌초해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일본 화물선이 결국 두 동강 나면서 피해가 확산된 사고가 있었다. 해당 선박이 무선인터넷 신호를 잡으려 육지에 접근했다가 좌초됐다는 보도 관련 일본 ANN방송은 당시 현지 매체를 인용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5일 화물선이 좌초하기 직전, 선박 안에선 한 선원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와이파이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선박이 육지 쪽으로 접근 중이었다는 내부 진술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곧 갑작스런 항로의 변경은 유조선의 좌초와 섬나라의 원유유출 환경재앙을 야기했다.

우리는 설마 같은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큰 사고와 재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상기하며 `설마 행태`를 줄이려는 우리들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업무수행에서도 STAR(stop-think-act-review) 기법 같은 도로 주행유도선 같은 방향진로 안내가 있으면 참 좋겠다.

 

                                                                 <본 원고는 월간 '안전세계' 투고 및 게재된 칼럼 자료입니다>